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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바라보는 나, '어떻게 생각할까?'

심리&행동

by 라이프톡 2020. 10.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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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상황, 위치에서 만나는 사람 중 상당수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를 좋게 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과학협회 저널에 게재되었다. 위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회관계를 맺을 때 소위 '상위인지(meta-perception)'라고 불리는 것에 사로잡힌다. 상위 인지란 쉽게 말해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말한다. 상대방은 나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까? 나와의 대화가 재미있고 즐거울까, 아니면 지루하고 따분한데 억지로 하는 것일까?

출처 미운우리새끼

이번 연구는 각각 코넬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에리카 부스비(Erica Boothby)와 거스 쿠니(Gus Cooney)가 진행하였다. 상대방에 대한 평가나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항상 하는 일이지만, 그런데도 상대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구체화하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존 M. 뮤서(John M. Musser) 교수는 예일 뉴스(Yal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호감 간극(liking gap)'이라고 불렀다. 뮤서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호감 간극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영속적이고 유의미한 사회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주제를 더욱 깊이 파헤치기 위해 연구팀은 에식스대학 심리학과 교수 길리언 M. 샌드스트롬(Gillian M. Sandstrom)과 협력하여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출처 미운우리새끼

다섯 가지 연구

 

첫 번째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이들을 두 명씩 짝지었다. 참가자들은 약 5분가량 각자의 파트너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이들은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에 사는지 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으레 하게 되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눈 뒤, 참가자들에게 대화의 만족도를 묻고, 상대방은 자신과의 대화에 어느 정도 만족했을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상대방의 만족도를 내가 느낀 만족도보다 낮게 추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논리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인식은 완전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추정 오차를 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화 상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면,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거나 즐거워하는 사인이나 제스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 참가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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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구에서는 위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대화 내용을 리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대화 중에서도 가장 부정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기반해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대화 속에서 긍정적인 순간들을 떠올리고 그에 기반해 평가를 했다.

특히, 많은 참가자가 대화에서 해야 하는,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제삼자가 볼 때는 한눈에 보이는, 관심이나 흥미의 신호를 놓치고 있었다고 클라크는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짧은 대화 상황뿐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일어나는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났다. 예컨대 대학교 룸메이트들의 대화를 관찰해봐도 이들 사이에 일정 기간 '호감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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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구와의 차이점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부분 사람이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볼 때 더 관대하게 바라본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 완전히 대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이나 지능 수준, 이혼이나 질병과 같은 힘든 일을 겪게 될 확률 등 다양한 문제에 적용된다.

연구를 진행한 부스비와 쿠니는 대화나 관계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이런 태도를 지적하며, "호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잘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낮게 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사람들이 스스로 관대하다고 믿어왔던 것에 비하면 무척 충격적인 결과다.

연구팀은 참가자가 자신을 평가하는 상황에 따라 이러한 차이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을 평가할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무척 엄격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스스로 보다 후한 평가를 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실제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리게 될 경우 실망하거나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의 일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격차는 직장에서, 그리고 생활 속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무척 해로울 수 있다.

출처 미운우리새끼

대화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척 다양하고 많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아무리 걱정하고 신경 써도 결국 나에 대한 상대의 인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방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기준 역시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이 없다. 따라서 호감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애쓰는 행동은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잊고, 그 대화에 온전히 몰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의 말에 완전히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타인과의 대화가 더 이상 부담스럽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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