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어릴 적 만난 위험한 사람과 평생토록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10대 후반, 20대 초반 시절에는 상대방을 놀리거나 욕설을 사용하는 것이 장난이며,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면 학대와 폭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젊은 커플들 사이에 빈번히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은 현재 또는 과거 연인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적, 감정적, 성적, 그리고 심리적 공격 행위를 말한다. 데이터 폭력은 직접 만났을 때 행해지기도 하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발생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은 '관계 폭력,' '가정 폭력,' '친밀한 관계에서의 착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데이트 폭력은 왜 발생하는가
우리는 어렸을 때 주변의 어른들, 또래 그리고 미디어로부터 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는 방식을 배운다. 최근 일리노이대학에서 발표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비폭력적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경우 아이가 자라나서 신체적, 심리적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부모가 정작 자신은 폭력을 사용하는 등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인다 해도, 여전히 자녀에게 비폭력적 갈등 해결에 대해 말로 설명해줬을 경우 효과는 동일했다.
데이트 폭력의 조짐들
학대나 괴롭힘이라고 해서 단순히 뺨을 때리거나, 신체 곳곳을 치고 주먹으로 때리는 행위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대부분 학대는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놀림이나 무시, 상처 주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시작한다. 문제는 어렸을 때는 이런 것이 친근감의 표현이고, 사랑의 표현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는 상대방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상대가 조금이라도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거나,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보일 경우 그 관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알려줘야 한다. 한번 이런 행동을 보인 사람은 결코 '개선'되거나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리노이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레이첼 가스(Rachel Garthe)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비폭력적인 갈등 해결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물론 말로는 폭력은 안 된다 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부모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은 안 된다는 메시지 자체가 자녀를 데이트 폭력의 덫에서 구해내는 한 줄기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위 연구에는 약 1,000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다. 가스 교수와 연구팀은 참가 학생들에게, 부모님이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는지, 가르쳐 주었다면 어떻게 하라고 알려 주었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부모님이 상대방이 먼저 다툼을 시작했다면 나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는 "다툼이 발생할 경우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특히 상대방이 싸움을 걸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일 경우 상대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같은 항목들이 담긴 설문조사를 작성했다.
전체 참가자의 85%가량은 부모님이 평화로운 해결책과 갈등을 유발하는 해결책을 동시에 가르쳤다고 답했다. 또한 45%의 학생들은 현재 또는 과거 연인과의 관계에서 폭력적인 말, 행동을 최소한 한 번 이상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와 자녀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건강한 관계와 해로운 관계
부모는 자녀에게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마음'과 '상대방과 협력하는 것' 간의 차이를 알려야 한다. 아직 미성숙한 젊은이들은 관계에서 일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내 뜻대로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10대 청소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상대방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태도는 건강하지 못함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몫이다. 연인 관계에서는 양쪽 모두가 타협과 협력의 태도를 가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데이트 폭력, 싹부터 잘라내야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가장 최선의 대응은 시작되기 전에 관계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일이 일어나고 나서 수습하는 것보다는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낫다.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해 10대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또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필요한 대인관계 기술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설령 연인과 뜻이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얼마든지 상대방을 존중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폭력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피해자가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오늘날 10대의 데이트 폭력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때문에 여러 비정부 단체들에서는 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고 있다.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폭력적인 갈등 해결 방식과 비폭력적 해결 방식을 동시에 가르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모가 비폭력적 해결을 장려할수록 자녀가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거나, 그 피해자가 될 확률도 줄어든다. 우리 사회도 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건강한 갈등 해결 방식을 장려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에게 건강한 갈등 해결 방식을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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